1. 26세까지 방탕하게 살았음. 다만 서울에 영어공부 한다고 몇번 가보고,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당시에 들었었음. 씨네타운 나인틴의 이재익 피디가 팟캐에서
울진 촌놈이 서울와서 느꼈던 욕망을 이야기했던데, 본인과 정확히 일치해서 놀랬음.
2. 27세에 대학 졸업하니 지방대 문과 출신에 무스펙인 본인은 취업할 곳이 없었음.
운동은 꾸준히 해서 몸만 좋음.
마침 집에서 영어연수라도 갔다올래? 하니 부모님 돈으로 갔다왔음. 물론
영어는 뒷전으로 신나게 놀다왔음.
3. 연수 갔다오니 취업하기가 녹록치 않음. 그렇다고 중소기업 가기는 싫고,
뻔한 인생 테크트리가 너무 싫었음. 부모님이 아들이 걱정되서 여기저기 알아보는 걸 보며,
그거 믿고 어영부영 놀기만 함. 중간에 무작정 서울 갔다가 취업이 안 되니 놀다가 내려와서
부모님 등골 더 빼먹음. 집에 쳐박히며 인터넷질 하고 운동이나 하면서
2년 지나니 어느 순간 30세가 되었음. 중간에 알바 뛰려고 했으나 주인의 커트 혹은
귀찮아서 흐지부지 됨. 내 인생의 흑역사격임.
4. 30세에 어쩌다가 부모님 아는 사람 밑에서 일해보라고 서울로 다시 가게 됨. 이 양반이
알고보니 사기꾼이었음. 그때는 별 도리가 없어서 다시 상경해서 일하기로 결정했으나,
사기꾼이 하는 사업이 죄다 그렇듯 처음에 일 벌리는 듯 하다가 결국 출퇴근만 반복함.
제대로 일한 날은 며칠조차 안 되었고, 컴퓨터만 보다 끝나버림.
5. 몇개월 지나니 임금이 밀리면서 체불됨. 결국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과 동반으로
임금체불당함. 회사는 폐업되고 다시 몇개월만에 백수 신세가 됨. 노동청에 가서
신고하고 고소해봐야 떼인 돈은 소용없었음.
6. 서울에 올라왔을때 어떻게 될줄 몰라서 고시원에 살다가 못 버티고,
작은 반지하 원룸으로 옮겼었음. 문제는 수입이 없으니 당장 월세와 생활비를 어떻게 하나?
싶어 깜깜했음. 생존을 위해 본격적으로 알바를 시작함. 서른 되도록 정작
알바 한번 안해보다 닥치니 하게 됨.
7. 운동해서 얻은 튼튼한 신체를 기반으로 택배 상하차를 뛰었음. 무스펙에 나이많은
지방대 출신이 할건 이런일 밖에 없음. 3개월을 서울 인근 물류센터에서 뛰었음.
8. 개인적으로 택배상하차는 인생을 재정립하는 경험이었음.
항상 비관주의와 노동을 우습게 여겼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인터넷에서 보고 무시했던
택배상하차도 나름 형님동생있고 밥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됨. 지금은
연락안되지만, 시간 지나니 형님들과 어울리며 술도 한잔함. 역시 사람은 땀 흘리며 일해야
노동의 가치를 알게 됨.
9.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취업 해보려구 여기저기 원서를 썼으나 잘 안됬음.
그러다가 우연히 모 부처 모 국립기관의 채용공고를 보게 됬는데, 당시 지원자격 허들이
낮아 찔러보는 식으로 한번 지원해봄. 생각도 안하다가 예상치 못하게 면접 보라고 연락왔음.
10. 면접을 더럽게 못 봤는데, 오히려 상사가 그 모습을 좋게 봐서 간신히 붙었음.
다른 면접관들은 얘는 아니라고 떨어뜨리려 했는데 이 사람이 붙여줌. 내 인생의 은인임.
인생에서 기회가 3번 찾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이때가 3번의 기회중 하나인 것은 분명함.
최초로 직장 다운 직장에서 직원 생활을 시작하게 됨. 너무 감격스러웠고, 지금도
이 시절이 그리움. 2년간 죽어라 일하면서 직장생활을 배움과 동시에
근무평정을 좋게 받아 공무직화 됨.
11. 2년 지나니 욕심이 생김. 마침 근무하는 곳과 내가 가진 대학 졸업장 특성을
살려 보다 전문적인 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듦. 그래서 큰 마음먹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함.
해당분야에서 이름있는 인서울 대학 대학원에 붙었음.
12.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니 더럽게 힘듦. 하지만 재미있고 사람들 만나는 재미부터
학교 수업까지 정말 재밌었음.
13. 경력과 배움을 바탕으로 다른 기관으로 이직하면서 경력을 한층 탄탄하게 쌓을려고 노력함.
동시에 대학원 졸업장을 따기 위해 논문 작성에 돌입함. 여기서 암초를 만남.
자세한 사연을 불펜에 적었지만, 지도교수가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제자인 내가 붕뜨게 됨.
결국 논문심사에서 탈락함. 이때 공황장애급으로 스트레스 받았었음. 논문심사에서 떨어진
사람이 나 말고 없어서 더 망신당함.
14. 포기하지 않고, 새로 바뀐 지도교수 밑에서 논문을 재작성하고 채찍 맞아가며
결국 작년말 논문심사에서 통과했음. 물론 욕은 많이 먹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해서 성공함.
15. 올해 대학원 졸업장 따내었고, 열심히 일하면서 보다 좋은 직위로 가기 위해 노력중임.
필수적인 자격증 따고 교육수료를 통해 수료증 하나라도 얻으려 노력했음. 아직 현재 진행형임.
+ 최근 여친을 만나서 연애 시작함. 초기에 트러블이 있었으나 서로 합의하고,
진지하게 만나고 있음. 서로 나이가 적지 않지만 천천히 알아보며 걸어가려고 함.
집에서는 결혼하라고 난리지만, 일단 결혼에 필요한 준비는 하면서 서두르지 않으려 노력중.
그리고 자동차를 내 명의로 최초로 구입해서 5월말에 수령할 예정임. 차 있으니 가기 힘들
었던 곳들을 다닐 예정.
이 글을 읽는 분들중 조언이 필요하신 분들이 계실테니 하고 싶은 말은
- 일은 무조건 해라. 편의점이나 노가다 알바라도 해라. 놀지 마라.
세상에 저급한 일은 몸 팔고 범법적인 일 말고 없습니다.
- 인터넷 글 따위 읽으며 세상을 배우면, 자칫하다 쓸데없이 눈만 높아지며 패망의 지름길.
직접 뛰어들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짐.
- 무스펙 지방대 졸업생도 알든 모르든 기회가 옵니다. 당시에는 모르거나 긴가민가해도 지나고 나면
분명히 기회였음을 알게 됨. 그걸 잡는 것이 터닝포인트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