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1.

장기전이면 한국이 이긴다. 우리가 소재를 하지 않는 이유는 굳이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져오면 되니까. 그게 어려운 게 아니라 축소지향의 일본인 성격에 맞는 것이다.





반도체 공정은 거의 화학분야인데 화학의 본질은 애매함이다. 독일인의 기계는 확실하다. 잘못되면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 찝어낼 수 있다. 반도체는 다르다. 반도체 하나를 만드는데 500여 공정이 있다면 그중 한 사람이 잘못했을 때 내가 잘못했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말하지 않는다. 그런 의사결정구조가 안 되어 있다.

    미국이라면 회사에서 직원의 책임을 추궁할 경우 직원이 변호사를 고용해서 소송에 들어갈 테고 그 경우 회사가 진다. 매뉴얼에 없는 부분을 직원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미리 매뉴얼을 잘 만들어야 하는데 원래 화학공정은 그게 어렵다. 기술자 본인만 핵심을 알고 있는데 그 70살 먹은 할아버지 기술자를 제어할 수 없다.

    숙련된 할아버지 기술자가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잘못된 부분을 파악할 수 없다. 여기서 깨지는 거다. 대만의 모 반도체 공장도 직원 한 명의 실수로 회사에 7조 원의 피해를 끼쳤다고 한다. 중국인의 의사결정구조라면 이런 일을 수습할 수 없다. 중국은 갑을관계가 순식간에 바뀌는 수가 있고 그 경우 태도가 돌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갑을이 잘 바뀌지 않는다. 선배는 계속 선배다. 그래서 협력이 유지된다.
일본은 봉건영주가 가신을 돌보는 전통에 따라 50여 명이 근무하는 강소기업만 잘 된다. 회사규모가 커지면 매뉴얼대로 할 뿐 미세한 부분을 통제할 수 없다. 니이가타에서 온 애나 후쿠시마에서 온 직원은 사투리도 이상하고 일단 말이 막힌다.

    일본 사투리는 한국 사투리보다 훨씬 심하다. 중국은 아예 같은 중국인끼리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 북경 출신과 산동성 출신이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북경어로 통일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다. 한국이 잘하는 분야는 대부분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로 볼 수 있다. BTS가 뜨는 것도 그렇다.

    반면 노벨상이 안 나오는 이유는 협력에 치중한 나머지 한 우물을 파는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소재분야는 소규모 협력을 하며 한 우물을 파는 일본인 적성에 맞고 반도체는 날씨나 온도의 미묘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협력을 잘하는 한국인의 적성에 맞다. 그런데 일본이 잘하는 것은 한국도 해낼 수 있다.

    우리가 소재를 하지 않는 이유는 굳이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져오면 되니까. 그게 어려운 게 아니라 축소지향의 일본인 성격에 맞는 것이다. 한국인은 빅사이즈를 추구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안 한다. 그런데 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일본인답게 원칙을 지키고 꼼꼼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협력에 능하고 협력하려면 원만해야지 꼼꼼하면 안 된다. 작은 것으로 꼬투리 잡으면 협력플레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작은 문제로 꼬투리를 잡아야 소재산업을 키울 수 있다. 즉 한국인은 할 수 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이며 지금부터 전략적으로 투자하면 해낼 수 있는 분야다. 길게 가면 한국이 이기는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