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향이 애매했던 3-3-2-2 전술
원래 정정용 감독이 공격적인 스타일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승후보 0순위 포르투갈,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와 같은 조에 있다 보니 실리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서
쓰리백을 주전술로 훈련해왔습니다.
근데 포르투갈전에서 정정용 감독은 처음부터 컨셉을 확실히 정하고 갔으면 어땠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날 정정용 감독이 들고 온 전술은 러시아 월드컵 잉글랜드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썼던
3-3-2-2 (또는 3-1-4-2) 전술입니다.
아시다시피 쓰리백 쓰는 주된 이유는 중앙 수비를 두텁게 하려는 목적이죠.
(물론 공격적 쓰리백 쓰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중앙수비수들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팀에서 중앙수비수 한명을 더 둬서 중앙 수비를
안정화 시킨다는건데 그러다 보니 수비적인 전술로 인하여 공격쪽이 답답해지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보완한게 3-3-2-2 전술입니다.
쓰리백 앞에 수미를 한명 두고 수미 앞에 공격 재능이 좋은 하프윙 미들 두명을 배치합니다.
그리고 두명의 미들 앞에 투톱을 세우고요.
그러면 양쪽 윙백이 전진하고 하프윙 미들 두명이 박스로 침투하고 그러면 최대 6명의 공격자원이
공격에 가담하고 또한 전진압박이 가능해지죠.
많은 선수들이 상대 진영에 있으면서 전진 압박을 통해 거기서 바로 역습 들어가서 득점을 하는
최근 트렌드인 숏컷 역습도 가능해집니다.
근데 단점 또한 명확합니다. 전진한 양쪽 윙백과 하프윙 미들 뒷 공간이 허허벌판이라는거죠.
여기를 수미 한명이 커버를 해야 됩니다.
그래서 양쪽 윙백과 하프윙 미들 이 4명의 공수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너무 전진하면 뒷공간이 털리게 되고 너무 아래로 내려오면 투톱이 고립되는 문제가 발생을 하죠.
이날 포르투갈전에서 이런 이 전술의 구조적 문제가 바로 드러납니다.
경기 초반 3-3-2-2의 장점인 전진성과 압박을 통해 밀어붙였던 적이 있습니다.
이강인이 왼쪽 윙백 최준쪽으로 크게 전환 패스를 줘서 포르투갈 수비를 찢고
최준이 측면 돌파하면서 크로스 올리고 투톱 전세진과 조영욱이 침투하고
초반 분위기 좋았죠.
하지만 밸런스가 급격히 앞쪽으로 쏠린 위험성이 내포가 되었던 흐름이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주도권을 잠시 쥐니까 후방을 생각안하고 너무 전진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역습에 한골 먹었고 이후에 개인 기량이 좋은 포르투갈 애들이 우리의 전진 압박을
벗겨내니까 중원에 김정민 혼자 있어 비어 있는 중원 양쪽 측면쪽을 사정없이 털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이날 원 볼란치로 나온 김정민의 수비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멘탈이 나간듯
수비는 수비대로 안되고 본인의 롤인 후방 빌드업 작업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패스 미스까지 나오면서 굉장히 경기가 불안해졌습니다.
김정민이 홀딩 미들도 아닌 상황이라 김정민 한명에게 수미롤을 부여한건 너무 위험하였습니다.
아마 정정용 감독의 생각은 후방 빌드업을 김정민이 전방에서의 플레이 메이킹을 이강인이
맡아서 풀어가는 전체 그림을 생각했던듯 보입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전진 압박에 김정민이 불안하니 전혀 후방 빌드업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볼이 앞으로 전진을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니 자연히 이강인이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이강인이 볼을 잡으면 포르투갈 선수 두 세명이 붙는데 이강인이 탈압박을 하려면
이강인 주변에 다른 선수들이 삼각대형을 이루어 탈압박을 하고 빌드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런 움직임이 없다 보니 이강인 마저 고립이 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카운터 어택 축구를 하려면 정교한 빌드업 과정이 필수입니다.
우리 진영에서 볼을 소유했을때 상대방은 전진 압박이 바로 들어옵니다.
그럴 경우 후방에서 빠르게 빌드업을 통해 전진을 시켜야 카운터 어택 축구가 나오는데
후방 볼배급 역할을 해야될 김정민이 막히니 앞에 전세진 조영욱 둘이 고립되면서
카운터 어택 축구도 어려웠죠.
후반전 제2의 김신욱인 오세훈과 발빠른 엄원상이 투입되면서 비로소 경기가 다소 풀리기 시작하더군요.
이강인이 전반전보다 더 아래로 내려옵니다. 이제 후방에서의 빌드업 작업이 다소 숨통이 트이죠.
이강인이 내려오면서 전방에서 플레이 메이킹을 할 선수가 없어지는 문제는
전방에 장신 오세훈에게 롱패스를 주고 오세훈이 그 볼을 키핑하는 사이
발빠른 엄원상이 빠르게 공간으로 들어가는 심플한 패턴인데 이게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차라리 정정용 감독이 수비적으로 임했을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심플하게 수비 내리고
홀딩 수비형 미들 한명 박고 볼을 소유하면 전방에 오세훈에게 주고 오세훈이 키핑하는 사이
엄원상 조영욱등이 침투하는 전술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2. 이강인 평가
전 개인적으로 이강인 좋았습니다. 코파 델레이 헤타페전 경기 보고 이번이 두번째인데,
막 센세이셔널한 활약은 아니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부분을 볼수가 있었네요.
다들 감탄했던 킥이나 크로스 능력은 현재 국대 레벨에서도 상위 클라스일거 같구요.
무엇보다 퍼스트 터치와 볼 키핑 능력이 굉장히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라리가 수준의 압박에서도 수준급의 키핑 능력과 탈압박 능력을 보여주는 이강인이죠.
소속팀에서 마르셀리노 감독이 플랫 4-4-2 신봉자라 10번 공미 스타일인 이강인이
다소 마르셀리노 감독과 전술적으로 안맞는 문제가 있지만
벤투호 공미나 4-3-3 메짤라롤로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선수일거 같습니다.
이강인이 오사수나, 그라나다 임대 얘기가 나오는데 아마 내년에는 라리가에서
제법 출전을 할것으로 보입니다.
몸싸움 능력과 수비적인 능력을 키우면 앞으로 대한민국 역대급 미드필더가 나올거 같습니다.
포르투갈전 수비하는거 보니 몸사리는 스타일도 아니더군요.
3.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 빌드업 능력
현대 축구에서 정교한 빌드업 과정은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요즘 내노라 하는 감독들 펩, 포치, 클롭, 에메리 등 대부분의 감독이 어떻게 하면
팀의 빌드업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할것인가를 고민합니다.
특히 요즘 왠만한 감독들은 라볼피아나 전술을 쓰기 때문에 후방 빌드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을 하죠.
그간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빌드업 문제였습니다.
홍명보때부터 지난 슈틸리케때까지
심지어 신태용 감독 시절에서도 후방 빌드업 문제는 여전했습니다.
(신태용은 플랫 4-4-2로 이 문제를 풀었지만 요즘 플랫 4-4-2 전술도 다소 4-3-3 이나 4-2-3-1에 밀리는 추세죠)
요즘 왠만한 팀들 다 전방압박하는데 우리는 아시아 b급 레벨팀의 전방 압박에도
우리 포백과 미들들의 후방 빌드업 작업이 굉장히 불안해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벤투가 오고 나면서 빌드업의 방법론이 이식이 되고 선수들이 빌드업은 어떻게 하는지
배우기 시작하면서 후방 빌드업 등 팀의 빌드업 과정이 다소 정교해진 면이 있었는데
연령대별 대표팀에서는 이 문제가 여전해보입니다.
선수들이 탈압박을 위한 삼각대형을 만들어가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의 이해가 부족한거 같습니다.
아마 아직 국내 지도자들이 정교한 빌드업 과정을 훈련 시킬 역량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선이 굵은 축구가 한국 축구의 색깔이라고들 합니다만, 점점 타이트하게 전방 압박을 가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정교한 빌드업 능력의 장착없이 단순히 선이 굵은 축구만 구사한다면
저는 도태될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카운터 어택 축구도 굉장히 정밀한 빌드업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죠.
연령대별 대표팀에서도 이런 정교한 빌드업 방법을 설계하고 선수들에게 훈련시킬수 있는
지도자가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