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23.

LG전자가 연간 300억 이상 지출한 혁신





LG전자 남 부회장은 취임 초 경영전략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컨설턴트 박민석(41·현 액티엄 대표)씨와 최명화(45)씨를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와 인사이트마케팅팀장(상무)으로 임명했다. 박씨는 다른 외국인 C레벨과 달리 맥킨지에 소속을 두고 1년 넘게 근무하다가 다시 맥킨지로 돌아갔다. 남 부회장의 ‘맥킨지 사랑’은 잘 알려진 사실. 그는 과거 LG전자와 LG텔레콤 시절 회사의 전략과 사업방향을 고민할 때 맥킨지에서 주로 컨설팅을 받아 실제 경영에 접목시켜왔다.
남 부회장은 이외에도 한국 P·G 출신인 이관섭(41) HE(홈엔터테인먼트)마케팅전략팀장(상무)과 이우경(45) HE마케팅팀장(상무)을 영입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마케팅 스타군단’으로 거듭났다.

남 부회장은 ‘급진적 개혁’의 상징이었다. 취임 초기부터 본사 인력을 재배치하고, 과감하게 30~40대의 젊은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최고경영진 ‘C레벨’에 외국인을 잇달아 임명하는 ‘인사 실험’도 단행했다. 전임자인 김쌍수 부회장(현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제품 연구개발(R·D)에 주력했다면, 그는 ‘마케팅’과 ‘디자인’에 전략의 방점을 찍었다. 그는 대표적인 제조회사인 LG전자를 ‘세계 최고의 마케팅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해 11월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뒤에도 LG전자는 고가의 피처폰(일반폰)인 뉴초콜릿폰에 주력했다. 뉴초콜릿폰 역시 마케팅과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최고 아이돌스타인 소녀시대를 모델로 내세웠고, 세련된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최고 사양인 8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해 기능도 차별화했지만, 결국 스마트폰 공습에 무릎을 꿇었다. 신영증권 윤혁진 연구원은 모토로라의 사례를 들어 LG전자가 스마트폰 대응에 늦은 원인을 분석했다.

“모토로라는 레이저폰의 빅 히트 이후 후속작이 없어 2007년 1분기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스마트폰 개발에 사활을 걸었고,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해 지난 2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피처폰으로 괜찮은 수익을 올려 거기에 안주했다. 피처폰에 실패했다면, 스마트폰 개발에 좀 더 빨리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위기가 LG전자에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파격적인 조직 개편이 LG전자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도 논란거리다. 남 부회장은 취임 후 여느 국내 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파괴’를 시도했다. 먼저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을 위해 외국인 책임자 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직책 앞에 ‘C’가 붙는 C레벨 임원 9명 중 5명이 외국인이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더모트 보든, 최고구매책임자(CPO) 토마스 린튼,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 디디에 쉐네브, 최고인사책임자(CHO) 피터 스티클러, 최고전략책임자(CSO) 브래들리 갬빌이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실무회의에 적극적으로 영어 사용을 독려했다. 회의가 있을때마다 영어로 진행하는 글로벌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 강조했다.  LG전자는 회사의 규정과 업무 시스템을 영어로 바꿨다. 말 그대로 ‘영어 공용화’가 실시되고 있는 셈. LG전자 관계자는 “영어 공용화를 통해 본사와 국외 지사 간 융화나 의사 전달 속도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회의부터 문서 작업까지 영어 사용을 장려하였다.

이를 위해 맥킨지와 P&G를 비롯한 컨설팅 업체에 연간 300억 이상 컨설팅비를 아낌없이 지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