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27.

독일전 기념 신태용 "월드컵 때면 3000만 명이 다 감독" 인터뷰





Q : 변형 스리백은 최용수 감독이 FC 서울을 이끌 당시 재미를 봤는데, 그땐 오스마르(스페인)라는 뛰어난 포어 리베로 자원이 있었다. 지금은 장현수나 기성용이 해야 할 텐데. 기성용으로선 본인이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포지션은 아닌 것 같고, 장현수도 불안한 부분이 있다.

A : “되묻고 싶다. 장현수가 불안하다, 불안하다 하는데 도대체 뭐가 불안한 건지 얘기해 줄 수 있느냐? 실점 상황엔 늘 장현수가 있다는 건데 수비수는 골 먹을 때 당연히 옆에 있는 거다. 본인의 결정적인 실수로 골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커버하다 골을 먹을 수도 많다. 그 선수가 잘한 건 일체 얘기하지 않고, 항상 실수한 걸로 선수 기를 죽이면 어떡하나. 가진 실력을 100% 발휘해도 될까 말까 한데 자꾸 위축되니까 70~80% 기량밖에 못 보여주는 거다. 자신의 기사에 대한 조회수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니까 자극적으로 눈에 띄는 기사를 쓰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남이야 죽든 말든 신경을 안 쓴다. 독자들은 그걸 보고 ‘그런가 보다’ 하고 믿으니까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다. 어떤 프리랜서는 일본 J리그에서 장현수가 골키퍼와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실점한 것까지 찾아내서 보도했다. ‘장현수? 좋다. 안 쓸 게. 그럼 현수보다 좋은 선수를 추천해 보라’고 해도 대안이 없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기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대표팀을 맡았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내 축구인생을 걸었다. 나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전(0대 0 무승부)을 앞두고 ‘월드컵 진출 못 하면 축구인생 이걸로 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결과가 안 좋으면 한국에 들어올 때 선수단과 다른 비행기를 타고 몰래 귀국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경기를 앞두고 5일 동안 그런 압박감과 고통 속에 지냈다. 천만다행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는데 난 금의환향을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월드컵 진출당했다’ ‘본선에선 신태용으로 안 된다’는 말이 곧바로 나왔다. 내가 이런 소리 듣고 계속 감독을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스웨덴ㆍ멕시코ㆍ독일을 이길까 생각을 모아야 하는데 외부에서 자꾸 팀을 흔들고 ‘히딩크가 와야 한다’는 소리들을 하니 정말 답답한 지경이다.”


Q : 1차전을 이기지 못 하면 힘들어질 텐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16강 시나리오는 뭔가?

A : “1승1무1패 또는 2승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것이다. 2016 리우올림픽이나 2017 U-20 월드컵 모두 다 죽음의 조에서 헤쳐 나왔다. 리우올림픽에서 2승1무 조 1위 해서 올라가 보겠다고 인터뷰 했는데 다들 믿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독일ㆍ멕시코ㆍ피지가 속한 조에서 2승1무로 조 1위를 했다. 감독이라는 사람은 막 던지는 게 아니다. 상황을 보고 느낌을 갖고 상대 분석해 보고 하는 거다. 밀릴 수 있고 질 수도 있지만,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판단한다. 팬들은 3전 3패 예선탈락 인정하자고 하던데, 나는 인정하지 못 한다는 거다.”


Q : 축구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가 ‘독이 든 성배’라고들 하는데, 직접 겪어 보니 어떤가?

A : “우리나라 국민이 평상시에도 축구를 좋아하고, 프로리그 관중들 꽉 차고, 그런 상태에서 대표팀 감독을 욕하고, 훈계하면 난 너무 좋겠다 생각한다. 그러나 축구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월드컵 때면 3000만 명이 다 감독이 돼서 죽여라 살려라 하는 게 아이러니컬하다. 이들은 대표팀 경기 외엔 관심이 없다. 그런데 대표팀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일본ㆍ중국만 가도 관중석이 80% 찬다. 우리는 15~20%인데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게 너무 힘들다. 물론 좋을 때도 있다. 대우받는 것도 있고, 축구에선 대통령 같은 존재 아닌가. 양면이 있는 것 같다. 그걸 스스로 잘 조절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