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 빙상연맹은 새로운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훈련단 선발 방침’을 발표했다. 시선을 끈 건 ‘역대급 나이 제한 항목’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대표 훈련단 선발 방침’엔 ‘2018년 국가대표 훈련단 선발은 만 26세 이하, 2019년은 만 27세 이하에서 선발한다. 2020년부터는 연령과 상관없이 국가대표 훈련단을 선발할 예정’이라는 나이 제한 항목이 새로 추가됐다.
규정대로라면 2018년은 만 26세, 2019년은 만 27세 이상인 선수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다.
연맹 관계자는 “나이 제한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온 대책”이라며 “‘2년 동안 젊은 선수들을 집중 육성한 뒤 2020년부터 정상적으로 국가대표 훈련단을 운영하자’는 게 역대급 나이 제한이 나온 근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먼개소리야
하지만, 많은 빙상인은 연맹의 설명에 고갤 갸웃한다. 한 빙상팀 감독은 “‘국가대표 나이 제한’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 명시된 ‘평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세상 어느 협회가대표팀 선수를 ‘나이’ 기준으로 뽑는지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쥐랄발광 연맹 관계자는 이러한 빙상인들의 반발에 “우리는 국가대표를 나이로 뽑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국가대표 훈련단을 말한 것뿐이다. 훈련단은 ‘그저 훈련을 위해 모이는 국가대표’일 뿐”이라며 “4월에 열릴 국가대표 훈련단 선발엔 나이 제한이 있겠지만, 10월에 열리는 국제대회 출전 국가대표 선발전엔 나이 제한이 없다”고 항변했다. 먼개소리야
하지만, 빙상인들은 “연맹이 빙상인들을 바보로 아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한 실업 빙상팀 감독은 “‘국가대표 훈련단’에 뽑힌 선수들이 국가대표에도 뽑힐 확률이 훨씬 높다. 왜냐? 4월부터 10월까지가 빙상종목에선 비시즌 기간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체계적인 관리를 받은 선수들의 기량이 다른 선수들보다 좋을 거라는 건 초교생도 아는 사실”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어째서 연맹은 이런 비상식적인 ‘나이 제한’을 들고나온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썰 푸는 빙상인 A 씨는 “빙상계에선 왜 연맹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만 26세 이하 선수만을 국가대표로 선발할 때 가장 이익을 보는 집단을 생각해보라”고 귀띔했다.
“국가대표 선발 때 나이 제한을 두면, 대학생이 국가대표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트를 대표하는 대학팀은 두 팀이다. 바로 한국체육대(한체대)와 단국대다. 단국대 스피드 스케이트 팀은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된 이후 힘을 잃어가는 추세다. 단연코 나이 제한 규정은 전적으로 ‘한체대 밀어주기’다.”
A 씨는 “연맹이 ‘기술이사회에서 나이 제한’방침을 결정했다‘고 강변하지만, 그 뒤에 누가 있는지는 굳이 말을 하지도 않아도 빙상인이라면 누구나 안다”고 단언했다.
썰 푸는 빙상인 B 씨는 A 씨가 언급한 ‘누구’를 “연맹 J 부회장”이라고 밝혔다. ‘한국 빙상계의 대부’ 소릴 듣는 J 부회장은 한체대 교수다. J 부회장은 빙상계 최대 파벌로 꼽히는 ‘한체대 라인의 수장’으로 불리는 이이기도 하다.
B 씨는 “스피드스케이팅뿐 아니라, 빙상계 전반에 걸쳐 한체대에 유리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J 부회장이 연맹 이사회를 ‘한체대 라인’으로 채워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체대 출신 선수가 태극마크를 많이 달수록, '한체대 라인' 힘이 더 강해진다. 많은 빙상인은 J 부회장이 ‘한체대 세력 불리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믿는다. '심석희 폭행 사건' 역시 한체대 라인의 '심석희 특별관리'에서 비롯된 일이란 말이 많다. 특정 개인과 특정 집단이 연맹을 사유화하려는 움직임을 체육계 전체가 막아야 한다." B 씨의 호소다.
한편, 연맹 관계자는 'J 부회장 배후설'에 대해 "그저 소문일 뿐"이라며 "스피드 스케이팅은 기록 경기다. 연령을 제한했을 때, 특정인이 원하는 선수를 국가대표 훈련단에 선발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연맹은 ‘심석희 폭행 사건’과 ‘노선영 올림픽 출전 무산 사태’와 관련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국가대표 나이 제한에 대해서도 연맹은 계속 설득력이 떨어지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말 눈앞으로 다가온 건 한국 빙상계의 어두운 실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