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26.

'그것이 알고 싶다' 작가 '인니'의 역대급 내부고발 "출근 전까지 급여를 알려주지 않았다"






지난 24일 KBS구성작가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내가 겪은 쓰레기 같은 방송국, 피디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하나가 게재됐다. KBS구성작가협의회는 국내 방송 작가들의 구인 구직 및 정보공유 등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

'인니'라는 필명의 의문의 작성자는 서두에 "내부고발자가 살기 힘든 세상이기에 '글을 쓰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최근 분위기 변화에 힘입어 글을 올린다.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미리 밝혔다. 그는 지난 2016년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에서 작가로 일했다는 사실도 명시했다.

썰 푸는 작성자는 '그것이 알고싶다' 작가로 일하던 당시 "월급은 160만 원, 6주 간격으로 팀이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며 "그곳에선 24시간 일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첫 주만 10시쯤 출근해 7시쯤 퇴근하고, 2-5주엔 밤낮도 주말도 없이 일을 했다. 수당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주업무는 주옥같은 방송 구성 혹은 글쓰는 것이 아닌 '심부름'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밥 심부름, 커피 심부름이 주 업무였다. 전임자가 두통약을 먹길래 물으니 '잠이 너무 부족해 만성두통에 시달린다'고 하더라"며 "나는 심부름꾼이었다"고 표현했다.



작성자는 의문의 담당 PD에게 이와 관련한 항의를 하고, 받은 답변도 적었다. 그는 "출근 일주일, 담당 PD에게 '어떻게 이렇게 일을 시킬 수가 있냐'고 물었고, PD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PD는 '여기는 똑똑한 작가가 아니라 말 잘 듣는 작가를 원하는 곳이야. 그렇게 똑똑하게 굴 거면 여기서 일 못해. 다들 그렇게 일해왔고, 그게 여기의 규정이야'라고 했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적폐 청산을 부르짖을 때마다 나는 웃긴다"고 적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에서도 역대급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근 전까지 급여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첫 출근 날 급여를 묻자 담당 PD는 '공중파처럼 120만 원 씩은 못 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의 최저임금은 126만 원이었다고.

썰 푸는 작성자는 "정규직들은 최저임금을 못 받으면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 갑질을 고발하는 그들이 막내 작가들에게 갑질을 하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글에서 작성자는 현직 PD들의 인식과 고용노동부의 안일한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KBS에서 일할 당시 술을 마시고 회의에 들어오는 PD가 있었다.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PD였으니까.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는 당당했다"며 "그 PD는 KBS 파업에 참여했다. 어쩌면 마음 놓고 낮술 할 수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자신의 기준에서 '좋은 PD'들과도 일해봤지만, 그들 역시 막내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선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이유는 '내부규정'이란다. 그는 "파업이니 뭐니, 권력에 희생당한 약자인 척하는 당신들이 웃긴다. 당신들은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없으니 그런 것도 하겠지. 나는 당신들의 착취로 당장 먹고 살 일이 아쉬워 사회에 관심조차 주기가 어렵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일련의 부당한 처우들을 고용노동부에 고발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관례'였다고. 썰 푸는 작성자는 "당시 조사관의 첫마디는 '방송 쪽은 제대로 처리가 안될 수 있어요. 그래도 괜찮으면 조사받으러 한 번 나와요'였다"고 전했다. 이에 의지가 꺾여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글은 26일 현재 조회수 34244가 넘은 상태. 관련한 '갑질 피해' 사례를 고발하고 작성자를 지지하는 게시글도 늘어나고 있다.